스마트 농업

장애인, 고령자를 위한 접근성 강화형 스마트 농업 기술 정리

hrhw 2025. 7. 14. 18:38

  스마트 농업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자동화·데이터 기반 농업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소외되는 계층이 생겨날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농업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령 농업인장애를 가진 농업 종사자는 스마트 농업의 주요 수혜자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사용상의 불편, 장비 조작의 어려움, 교육 기회의 부족 등으로 인해 기술 도입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 농업이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접근성과 포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해 실제로 개발되었거나 적용이 가능한 스마트 농업 기술을 정리하고, 이들이 현장에 도입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함께 분석한다.

 

농업 인구의 고령화와 기술 불균형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체 농업인의 약 47%가 65세 이상 고령자이며, 그중 상당수는 농기계 사용 경험이 있으나 디지털 장비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농촌 지역에는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경증 지적장애인 등이 농작업을 수행하는 경우도 존재하며, 이들에게 스마트 농업 기술이 제공되지 않을 경우, 농업의 생산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기술 도입 시 단순한 자동화 장비 공급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사용 가능한 인터페이스와 작업 설계’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고령자·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농업 기술 유형별 정리

기술 구분 적용 기술 사례 접근성 향상 요소
자동화 농기계 자율주행 전기 운반차, 자동 방제 트랙터 운전면허 불필요, 조작 패널 단순화, 장애인용 조이스틱 포함
음성 제어 시스템 음성 명령 기반 온실 환경 제어 장치 손동작 없이 온습도·관수 제어 가능
대화형 사용자 UI 아이콘 중심 태블릿 앱, 음성 안내 기능 포함 글을 못 읽는 사용자도 아이콘과 음성으로 작동 가능
무선 원격 제어 장비 스마트폰 버튼 하나로 환기·관수·조명 제어 시스템 현장 이동이 어려운 고령자도 집안에서 제어 가능
모바일 학습 툴 QR코드 기반 장비 사용 설명 영상, 보조 앱 연동 문자 대신 동영상으로 사용법 설명, 반복 시청 가능
 

 

실제 적용 가능한 접근성 기술 사례

  스마트 농업 기술의 접근성 확보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이미 적용 중이거나 실증이 완료된 사례들로부터 실현 가능성을 입증받고 있다.

  전북 완주군에서는 고령 농업인을 대상으로 스마트 관수 시스템을 보급하며, 버튼 하나로 전체 하우스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무선 원격 관개 장비를 설치하였다. 해당 시스템은 휴대폰을 터치하지 않고도 물리 버튼만 누르면 작동하며, 시력 저하가 있는 고령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각 대비가 강한 아이콘과 음성 안내가 탑재되어 있다.

 

  경남 밀양에서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진동 알림형 기상 경고 시스템이 시범 도입되었다. 이 시스템은 센서가 폭염이나 한파를 감지하면 스마트 밴드로 진동을 보내어 사용자가 위험 상황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에는 방송 알림이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기상 경고가 전달되었으나, 청각 장애인에게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완한 방식이다.

 

  경기도 평택시의 스마트 농장 교육센터에서는 지체장애인 농업인 대상 음성 제어 기반의 온실 제어 실습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 앱에 “온도 낮춰” 또는 “물 주기 시작” 등의 명령어를 말하면, 자동으로 해당 장비가 작동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손이 불편한 사용자도 음성만으로 대부분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접근성 중심 기술 설계 시 고려할 사항

  스마트 농업 기술을 설계할 때 접근성 관점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복잡성을 최소화하는 사용자 환경(UI)이다. 기술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사용자에게 복잡하거나 해석이 어려운 인터페이스는 곧바로 기술 회피로 이어진다. 고령자나 장애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은 글자 대신 큰 아이콘, 음성 안내, 시각 대비 색상 등을 포함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버튼 하나로 여러 기능이 작동되도록 단순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음성 제어는 손의 움직임이 불편한 사용자에게 매우 유용하지만, 노이즈가 많은 현장에서는 정확한 음성 인식이 어렵기 때문에 전용 마이크 장착이나 사전 등록 명령어 구성이 필요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응으로는 음성 안내뿐만 아니라, 점자 스티커 부착, 음성 진동 겸용 알림 기능도 고려할 수 있다. 반대로 청각 장애인을 위한 시스템은 소리 대신 진동 또는 빛의 점멸을 통해 작동 여부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더불어 접근성 기술은 장비 자체만이 아니라 설명서와 교육 콘텐츠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텍스트로만 제공되는 사용 설명서는 문해력이 낮거나 시력이 나쁜 사용자에게 적합하지 않으며, 이를 QR코드 기반 동영상, 보조강사 연계 설명, 한글이 아닌 그림 중심 안내문 등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결론: 접근성은 선택이 아니라 스마트 농업의 ‘조건’이다

  스마트 농업 기술은 단지 장비의 발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농업인의 노동을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이며, 농촌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장애인과 고령자도 자연스럽게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기술 설계 초기 단계부터 이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접근성은 사회적 배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농업 지속성 확보를 위한 전략적 요소이기도 하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업 구조에서, 고령자와 장애인을 기술 시스템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전체 스마트 농업 전환의 성공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스마트 농업은 기술이 뛰어나기보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기술, 설명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장애를 고려한 설계가 기본이 되는 기술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스마트 농업의 진정한 확산을 실현하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