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 기후위기가 농업의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아열대 작물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고, 여름철 연속 폭염일 수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기존의 작물 생육 주기와 수확 예측이 의미를 잃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생산량 감소 문제가 아니라, 식량 안보와 농업 경영 안정성의 핵심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로 발전하고 있다.
농업이 기후에 적응하려면 단순히 외부 시설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서, 작물 자체가 달라져야 하며, 동시에 작물의 생육을 제어하고 예측할 수 있는 스마트 기술이 병행되어야 한다. 고온, 고염, 건조에 견디는 내성 품종의 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며, 이들을 실제 농가에서 성공적으로 재배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제어 기술과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이 글은 이러한 작물-기술 융합의 구체적인 방향성과 실전 적용사례를 정리하고자 한다.
고온·고염·건조 내성 품종 개발의 필요성과 국내외 현황
고온 스트레스는 작물의 생육을 둔화시키고, 개화·결실 시기를 뒤틀어 품질과 수확량 모두를 저하시킨다. 염류 집적은 지하수 사용량 증가와 맞물려 주요 작물의 뿌리 발달을 막고 이차 생리장해를 유발하며, 장기 가뭄은 관개시설이 없는 노지 작물에 직접적인 치명타를 입힌다. 이런 조건에서도 생존 가능한 품종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국내외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농촌진흥청은 ‘가뭄 저항성 벼 품종’인 '아람'을 개발하여 경북·전남 지역에 실증재배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고온 개화 안정성 품종'을 벼 중심으로 집중 육종하고 있다. UN 산하 기후적응농업센터(CGIAR)에서는 아프리카, 중동 지역의 염분 토양에 적응 가능한 밀과 보리 품종을 유전자 편집을 통해 개발하고 있고, 미국은 옥수수와 대두 품종에 대한 건조 저항성 확보를 위한 유전체 기반 선발 기술을 상용화 단계에 진입시켰다.
스마트 제어 기술과의 융합 필요성
고온이나 건조, 염류 스트레스를 견디는 품종이라 하더라도, 극한 조건에서 생육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작물에 맞는 정밀한 환경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 수준이 아닌, 작물 생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에 기반해 온습도, 토양 수분, 양액 농도 등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 온실에서는 고온 내성 토마토 품종이 어느 시간대에 광합성 효율이 최적으로 유지되는지를 학습한 후, 그 시간에 맞춰 개폐창을 제어하고 냉방 장치를 가동한다.
이처럼 ‘작물 유전자 정보’와 ‘환경 반응 데이터’를 결합한 스마트 제어는, 생존 중심의 작물 재배에서 ‘최적 수확량 확보’로 연결되는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AI 기반 생육 예측 기술이 내성 품종의 ‘스트레스 한계값’을 모델링하여 작물별 특화 제어 전략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도달하고 있다.
실제 적용 사례 분석
지역 및 국가 | 내성 품종 유형 | 스마트 기술 | 결과 및 특징 |
경남 밀양 | 내염성 토마토 | 자동 양액 조절 시스템 | 염분 1.5배 토양에서도 정상 수확 |
전북 김제 | 건조 저항 벼 | 드론 기반 수분 센서 → 자동 관개 | 물 사용량 25% 절감, 수확량 유지 |
미국 캘리포니아 | 고온 내성 상추 | AI 환경제어 + 기후예보 연동 | 폭염 속 생육 속도 17% 개선 |
UAE 알아인 | 고염성 보리 | 스마트 피복 기술 + 염류 모니터링 | 기존 대비 수확 안정도 1.8배 향상 |
이러한 사례는 내성 품종 자체만으로는 수확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반드시 환경 제어 기술과의 결합이 이루어질 때 실질적인 경영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국내 사례에서는 노지 중심 작물에도 센서 기반 관개 시스템을 접목한 결과가 고무적이며, 향후 염류 집적이 가속화되는 남부지역에서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과제와 기술적 발전 방향
기후위기 대응형 품종과 스마트 기술을 성공적으로 결합하려면, 단순히 개별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작물 중심의 농업 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작물별 생리 정보와 환경 반응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둘째, 스마트 제어 시스템이 다양한 품종 정보를 입력받아 작동할 수 있도록 개방형 API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작물별로 고온 내성 한계, 염류 저항성 수치, 수분 필요 임계값 등을 정량화하여 자동화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기술은 농가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단순화된 인터페이스로 보급되어야 한다. 정부와 민간 연구기관, 스마트 농업 스타트업이 협력하여 기술과 품종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플랫폼 기반 생태계가 필요하다.
결론: 생존을 넘어 수익을 보장하는 기후 대응 농업의 길
기후위기에 적응하기 위한 농업의 해법은 단순한 회피가 아닌 적극적 대응 구조의 구축에 있다. 고온·고염·건조 내성 품종은 극한 환경에서 작물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고, 스마트 제어 기술은 그 생존을 수익으로 전환시키는 핵심 도구가 된다. 앞으로의 농업은 ‘기후에 맞는 작물’이 아니라, ‘기후에 반응하고 대처하는 기술과 품종의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농민의 경영 안정성뿐 아니라 국가 식량 안보 차원에서도 반드시 확보되어야 할 전략적 자산이며, 정부·산업·농가 모두가 기술과 품종의 융합이라는 미래 농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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